2010년 03월 08일
[D&D4th] 에픽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
생존신고겸, 짤막한 포스팅입니다. 많은 분들이 블로그에 찾아와서 걱정해주셨군요.
댓글달아주시면서까지 걱정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요. 일단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지만 살아는 있습니다.
에픽 캠페인도 2회 결석하긴 했지만 거의 꼬박꼬박 나가고 있고요. 시간이 없어서 리플레이를 쓰지 못해 리플레이 기다리신 분들에게는 죄송하네요. 여유가 좀 생기면 작성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오르커스 3부작 진행은 이번주에 굴의 왕 도어세인과의 전투가 기다리고 있군요. 도어세인을 쓰러뜨리면 2부가 종료되고 본격적으로 오르커스와 대결이 펼쳐지는 3부 '불사의 왕자' 편에 들어가게 됩니다. 캐릭터들은 현재 25-26레벨의 강력한 모험가들이고, 파티원 숫자도 평균보다 많아서 큰 문제없이 진행하고 있지만, 역시 에픽이라 여러가지 독특한 난관에 많이 부딧히게 되더군요.
그래서 그동안 D&D 4판 에픽 플레이를 하면서 느낀 개인적인 감상을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군요.
일단 에픽 초반까지는 그리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습니다만, 대략 23레벨쯤 가면서부터 게임감각이 대폭 변화하게 됩니다.
일단 간단히 간추려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상태이상을 대비해야 한다.
에픽 캠페인의 적들은 분명 데미지가 작은 편은 아니지만, 에픽쯤 되면 클레릭같은 파티의 리더들의 엄청난 힐력이나 여러가지 아이템과 파워로 피해 회복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게 되죠. 하지만, 상태이상 공격은 더욱 강력해지는게 문제가 되더군요. 예를들자면 저희 파티가 보기만 해도 피를 토하던 컨트롤러 몬스터 '굴 게더러(Ghoul Gatherer)' 같은 경우, '굴의 왕의 입맞춤'이라고 불리는 3칸 범위의 오러를 가지고 있는데, 이 오러 범위에서 턴을 시작하는 캐릭터는 15점의 정신피해를 입고, 눈멈 상태(blinded)에 혼미한 상태(dazed)가 되버립니다. 이놈 3마리에게 둘러싸여 매턴 45점 피해 먹으면서 1회 행동밖에 못하는 눈병신 상태로 있으면 참 인생 엿같아지는 기분을 맛볼수 있죠, 네.
뭐 에픽 캐릭터인만큼 이런 괴물도 상대할 수 있고, 대비책도 있긴 합니다만... 에픽에서는 이런 괴악한 효과를 가진 오러나, 마비(stun)에서 즉사나 정신조종상태로 콤보가 이어지는 극악한 상태이상 공격이 날아듭니다. 스트라이커들은 에픽 쯤 되면 100데미지쯤 우습게 능가하는 공격력을 갖추겠지만 적들은 오러로 때리지 않고도 피해를 주고, 상태이상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스트라이커의 공격을 묶고, 디펜더의 디펜딩 찬스를 빼앗고, 파티원을 분산고립시키는 다양한 전술을 취한다는 거죠.
따라서 내성굴림이나 상태이상 방어에 강점이 있는 클래스나 파라곤 패스를 탄 캐릭터는 에픽 캠페인에서 상당히 유용합니다. 반대로 공격력에 특화되어 이런 상태이상 대처능력이 없는 경우, 그 캐릭터의 역할을 죽이지 않기 위해서 팔라딘의 디바인 메틀이나 클린징 버스트같이 다른 파티원들이 상태이상을 해제시켜주는 파워를 잘 구사할 필요가 생기지요. 내성굴림을 바로 굴릴 수 있게 해주거나, 내성굴림 보너스를 주는 아이템이나 파워도 유용합니다.
2. 지형효과의 압박
히로익 급이나 파라곤 급에서도 비슷하겠지만 에픽에서는 함정과 적의 동시공격을 받는 경우는 거의 일반적이고, 전장의 지형적인 난제도 좀더 심각해집니다. 에픽 캐릭터들 대다수는 만들어놓고 보면 보통 일시적인 비행능력이나 순간이동 능력을 보유하는데, 이게 다 이유가 있습니다. 뭐 마스터가 비행룰을 어떻게 적용하는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일단 비행하거나 순간이동하는 적들이 상당히 자주 나옵니다.
솔직히 디펜더를 하는 입장에서는 파이터로 했으면 어떻게 디펜딩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적들이 방어선을 마구 넘나듭니다. 에픽 캐릭터니까 까짓 방어선 무너져도 자력으로 다 이리저리 피하면서 상대할만한 능력은 갖추고 있으니까 큰 문제는 아닙니다만..
예전에도 그랬지만 현재의 저는 파이터 디펜딩 최강론에는 완전히 부정적입니다. 그렇다고 파이터는 에픽에서 디펜딩 못하는 잉여라는 말은 절대 아니니까 오해는 하지 마시고. 적이 디펜더를 넘기 쉬워졌다고 뭐 마크의 유용성이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러명을 마크하는 광역 디펜딩이나, 인스네어링 소드메이지같이 적을 끌어당기는 특수한 디펜딩이 더 유효하다는 건 이제 부정하기 힘들군요. 에픽의 전투라는건 적이고 아군이고 순간이동하고 날아다니는 광경이 예사로 펼쳐지는 아수라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적의 비행능력과 지상의 난지형의 조합이 상당히 짜증나게 되는데.. 여기에 적이 붙잡거나, 이동불능 상태로 만드는 능력까지 써대면 더 난감하게 됩니다. 날아다니는 적이 마비된 파티원 붙잡아서 벼랑으로 내던져버리는 일도 우습게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얻어맞는 순간 순간이동하는 능력이나, 파티원들에게 비행능력을 부여해주는 파워같은게 상당히 유용하게 됩니다. 주로 디펜더들이 보유하고 있는 적을 끌어당기는 파워, 이런 것도 정말 고마운 역활을 해주지요.
하지만 비행하는 적들에 대비해서 사격무기도 준비해라라는 말은 좀 민망하게 되는데, 카리스마 팔라딘처럼 힘도 민첩도 낮아서 태생적으로 사격무기를 쓸 수 없는 사격계의 잉여도 존재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호버링 비행이 가능한 몬스터의 경우, 마비시켜도 하늘에서 추락하지 않기 때문에... 이쪽에서 똑같이 날아오르거나, 내려오도록 유인한뒤에 냅다 상태이상 걸어서 쥐어패거나, 아니면 원거리 공격에 우월한 워락, 소서러, 위저드, 활 레인저같은 사격팀이 활약하게 하거나 하는 나름의 대응책이 필요합니다.
3. 풍족한 돈.. 그러나 고렙 아이템은 존내 비쌈
뭐.. 슬슬 저희 파티에서 '적들이 돈을 많이 주는 이유는 우리 파티의 소지품 무게를 늘려 기동력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라는 농담같이 안들리는 농담이 오가는데, 에픽 캠페인에 돈은 진짜 많이 들어옵니다. 슬슬 한번 플레이에 몇십만이 우스워지는 정도인데... 근데 이 돈을 각각 분배해서 뭔가 기똥차게 원하는 강력한 아이템을 사려고 하면 막상 모자르게 되죠. 따라서 일반적으로 파티원들은 전리품으로 들어오는 아이템으로 원하는 아이템을 얻는데, 그럼 남아나는 돈으로 뭐하겠냐고 한다면.. 보통 모아서 적당한 수준의 원하는 아이템을 사도 좋고, 계 형식으로 돈을 합쳐서 특정 한사람에게 원하는 아이템을 사게 해주는 것도 좋겠죠.
하지만 제가 느끼는 좋은 쓰임새라면 유용한 소모품을 많이 사두는 것도 좋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알짜배기 매직 아이템은 전리품으로 얻으면 되고요. Unguent of Blindsight (epic tier)같은 아이템은 그 조우동안 10칸의 블라인드 사이트를 주는 소모품 아이템으로 9000gp나 하지만, 에픽 캐릭터들에게는 껌값(...)입니다. 그러니 껌사는 셈치고 이런 비싸고 유용한 소모품을 모험 특성에 맞게 구비하면 여차하는 순간에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또한 에픽 켐페인쯤 되면 몇억의 데몬이 득시글 대는 개같은 어비스 같은 곳에서 캠핑해야하는 상황도 많기 때문에 모험에 유용한 원더러스 아이템쪽도 갖춰두면 좋겠죠. 또한 돈이 많기 때문에 강력한 의식을 구사할 수 있는 충분한 촉매를 구비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4. 더 엄격한 캐릭터 관리와 연계가 필요
에픽 캐릭터는 신과도 싸울만큼 강력하지만 그만큼 마주치는 난관도 힘겹습니다. 아이템과 파워 선택에 있어서 좀더 신중한 선택과 관리가 요구되고, 캐릭터들도 나름대로 생존비기 하나 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죠. 일반적으로 에픽 캐릭터쯤 되면 파티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의 극한에 다다르는 동시에 다른 분야에도 약간 놀아볼 정도가 되거나, 히로익이나 파라곤에서는 누워버릴 핀치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각자의 생존능력도 뛰어난 더 다양한 특성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캠페인과 시나리오에 따라 다르겠지만, 시나리오에서 싸우게 될 적, 마스터의 스타일과 캠페인 방향성에 빨리 적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간단하고 단순한 예라면 '언데드의 왕자 오르커스가 나오는 캠페인이구나, 언데드 많이 나오겠다. 네크로틱 저항 아이템을 장비해두자'같은 겁니다. 뭐 꼭 이런게 아니더라도, 캐릭터가 너무 한쪽에 치우치게 만들어져서 나중에 캐릭터가 도저히 버티기 힘든 상황에 닥쳐서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없지 않거든요. '데미지만 많이 주면 장땡이지~' 같은 방식은 에픽에서는 일찍 한계에 부딧힌다고 보시면 됩니다. 파워나 아이템도 나름 자신이 분석한 정보하에 여러상황을 생각해서 얻어야 하고, 자기 역할에 충실하되 좀더 폭넓은 시야로 자기 캐릭터와 캐릭터가 활약하는 무대를 눈여겨 봐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DM도 그런 아슬아슬한 캐릭터가 보인다면 미리 경고해주고 다시 캐릭터를 리빌드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뭐 이런말은 무의미할지도 모르겠군요. 애초에 에픽 캠페인이 초보자가 할만한 것은 아니잖습니까.
5. 에픽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양감
세상과 우주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들을 같은 시점에서 마주보고 그 위대하거나 강력한 존재들의 싸움판에서 우주와 세계를 좌우하는 모험에 뛰어드는 재미는 에픽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거겠죠. 시길의 레이디 오브 페인같은 유명인이나, 레이븐 퀸과 같은 대신과 직접 만나 이야기 하고, 굴의 왕국같은 미친 어비스 한복판으로 달려들고, 강력한 신적존재들의 견재를 받거나 협력해서 목적을 달성하고, 상상이나 해보던 초절정의 강력한 괴물들과 싸우고.. 그리고 무엇보다 디앤디 세계의 네임드들과 맞부딧히는 재미는 정말 남다르더군요. 자신의 캐릭터의 어깨에 세계가 걸려있다는 육중한 느낌? 그런게 진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오르커스와 싸울 날을 고대하면서 두근두근 거리는 감각. 내 남은 알피지 인생에 지금이 아니면 언제 오르커스와 싸울 기회가 있을까! 뭐 그런 흥분같은 거요. 금쪼까리 얻거나 출세따위 하려고 하는 모험이 아니라, 정말 세상의 명운을 건 위대한 모험은 역시 에픽에서 할 수 있는 거 같습니다.
갑자기 끄적대느라 좀 두서없게 적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에픽 플레이 해보면서 그동안의 플레이 감각이나 시점도 많이 변화되었다는 느낌입니다. 그동안 알덕인생에서 에픽 플레이를 딱히 처음한 건 아니지만, D&D 4판의 에픽은 좀더 남다른 느낌이었다... 뭐 그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군요.
# by | 2010/03/08 19:54 | 알덕놀이로 주저리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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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디바인 첼린지에 걸리면 거리에 상관 없이 공격만 해도 유지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화살은 안맞더라도 마크 자체는 계속 유지가 가능하죠.
올리신 글 항상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역시 에픽 플레이란 매력이란게 읽고 있는 이에게도 동경하게끔 만들고야 마는군요 ㅎㅎ
눈물사용법님의 에픽 리플레이를 보면서 저도 5번을 간접적으로나마 신나게 느끼고 있습니다. 헤헤~~
눈물님이 돌아왔어요~!
만세!
좋은 D&D자료를 부탁해요~!